짝 이룬 남녀는 서로 사랑한다…

짝 이룬 남녀는 서로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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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옮긴이

프레데릭 파작Frédéric Pajak(글), 레아 룬트Lea Lund(그림) / 정혜용

출간일

2013년 12월 15일

사이즈/페이지

130*190 / 388면 / 흑백

ISBN

979-11-5535-008-9 (03860)

분야/언어권

예술, 스위스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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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한 커플, 재치와 시니컬로 뭉친 작가와 화가 부부의 사소한 기록

프랑스의 작가이자 화가인 프레데릭 파작과 스위스의 아티스트이자 파작의 부인인 레아 룬트의 드로잉 에세이집. 이 30년차 부부의 공통된 직업은 화가. 하지만 남편 파작은 출판과 글쓰기에, 룬트는 회화와 사진에 더 비중을 둔다. 이들은 사진과 영화, 출판 등 여러 방식으로 다양하게 같이 또는 따로 작업을 해왔다.

이 책은 레아 룬트가 그려 두었던 목탄화를 보고 프레데릭이 영감을 받아 글을 쓴 것으로부터 시작되었고, 나중에는 파작의 글에 영감을 받아 룬트가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부부의 사소한 감정과 이야기들(사랑과 부부 생활에 대한 각자의 가치관, 생활 습관, 서로에 대한 질투, 쩨쩨함 그리고 여전한 이질감 등)이 중심이 되며, 그들이 관심을 갖은 인물들의(마르크스, 마르크스의 둘째 딸 부부, 라스푸틴, 마리아 드 나글로프스카, 스탕달, 재즈 뮤지션 압둘라 이브라힘) 이야기를 한다. 또 같이 간 여행(이탈리아, 프랑스, 남아프리카) 그리고 거기서 만난 사람들, 같이 겪은 가족의 죽음, 젊었을 때 겪었던 에피소드 등이 맥락 없이 병렬적으로 나열되어 있다.

 

섞이지 앉을 것 같은 이미지와 글들의 오묘한 마블링

한편으로는 완전한 드로잉 모음집이고, 한편으로는 세상에 관한 냉소적 담론을 풀어 놓은 완성도 높은 에세이집이다. 2008년 스위스의 문학 전문 출판사 누아쉬르블랑Les Éditions Noir sur Blanc(Black on White)에서 출판된 이 책은 커다란 판형의 그림이 부각되었던 드로잉집 같은 책이다. 미메시스에서는 이 책이 가진 커다란 두 장점인 그림과 글이 동일하게 어필할 수 있도록 다시 디자인하였는데, 원서에서 잘 드러나지 않았던 에세이의 면을 강조하기 위해 본문의 재배치는 물론 책의 제목도 본문의 한 부분을 통째로 빌려옴으로써 색다른 모습으로 독자들에게 어필하고자 한다. 인종의 구별, 인간, 남녀, 결혼, 가족에 대한 그들의 평범한 듯 보이면서도 색다른 그들의 생각과 감각을 특유의 문체와 목탄의 질감이 드러나는 그림에서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예술가 부부의 일상적 삶에 대한 관조와 프랑스식 재치

이들은 예술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들이 살면서 지키는 확고한 신념에 대해서도 아무 말이 없다. 그저 세상에 존재하는 이런 저런 장면과 상황들을 소중하게 스케치북에 담고, 거기에 이야기와 생각을 붙인다. 늙는 것과 소멸에 대한 두려움에 빠지는 대신 이렇게 그들이 접하는 세상을 그림과 글들로 기록한다. 때로는 냉소적이고, 때로는 미움과 원망이 가득하다. 편집증에 사로잡히기도 하는 한편 가끔씩 발견하는 세상의 아름다움에 심취하기도 하고, 인간의 어떤 모습에 감동하기도 한다. 이 책의 원제는 <세상은 별나게 아름답다L’étrange beauté du monde>이다. 이 제목에서처럼 세상에 존재하는 평범한 인간들에게 일어나는 평범한 일들에 대해 직설적이면서도 솔직하고, 지긋지긋해하면서도 한편으로 열정적인 이들의 열망이 전해지기를 바란다.

 

 

■ 본문 중에서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레아가 그린 그림들이 내게는 제2의 천성처럼 되었다. 악기 연주자가 가수를 위해 반주하듯, 레아의 그림을 위해 반주하고 싶었다. 레아에게 그녀가 그린 그림 옆에 우리에 관해, 우리 부부의 삶에 관해 내키는 대로 글을 쓰겠다고 제안했다. 그 책을 <남녀 한 쌍이 지나간다>로 부르자고 넌지시 운을 떼자 레아는 이렇게 받아쳤다. <남녀 한 쌍이 지쳐 간다.>

11페이지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그런 남녀 관계는 모두 수수께끼이며, 부서지기 쉽다는 것. 사랑은 증오와 섞이고, 애정은 권태와 섞이니 세상만큼이나 오래된 사랑의 약속이란 것은 희극인 동시에 비극이다. 아무런 규칙도 정해져 있지 않은 이 책에서는, 이미지와 문장이 섞이고, 때로 우리끼리 나눴던 이야기가 솟아오를 수도 있다.

13페이지

 

우리는 서로 사랑한다. <부부다운> 사랑으로, 20년도 더 된 사랑으로. 우리는 서로 변함없는 사랑을 서약했다. 서약은 위반하는 법. 우리에게 남은 것은 충실성이다. 우리는 상대에게 기대어, 상대의 품에서 살고 있다. 우리는 육체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서로에게 싫증이 났다. 우리는 서로에게 녹아든, 이 표현에 담긴 그 모든 우미함과 속박까지 포함하여, 서로에게 녹아든 부부가 되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질투를 느끼고 다른 사람들에 대해 질투를 느낀다. 모든 남자가 그녀는 향한 유혹이고 모든 여자가 내게 그렇다. 바로 이 점이 질투의 위대함과 쩨쩨함을 만들어 낸다. 14페이지

 

레아는 음악을 좋아하고, 나는 독서를 좋아한다. 레아는 움직이기를 좋아하고, 나는 의자에 못 박힌 듯 앉아 있기를 좋아한다. 레아는 밖으로 나가기를 좋아하고, 나는 안으로 들어가기를 좋아한다. 레아는 남자를 좋아하고, 나는 여자를 좋아한다. 레아는 물에 떠다니기를 좋아하고 나는 가라앉기를 좋아한다. 레아는 빈둥거리기를 좋아하고, 나는 일하기를 좋아한다. 레아는 고독을 무서워하고, 나는 고독을 청한다. 70페이지

 

레아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레아가 청소년이었을 때 갈라섰다. 부모들은 헤어지면서 그들이 원하든 않든 간에 자식에서 상처를 준다. 가장 흔하게는, 아버지의 무력하고 분노 섞인 의견을 누르고 아이들은 맡는 것은 어머니이다. 그러기 마련이다. 레아는 이혼한 부모의 딸이고 난, 아버지가 없는 아이였다. 시냇물이 산자락에서, 커다란 나무들이 흔들이고 이끼 낀 바위들이 굴러다니는 벌판 한 자락에서 머물 곳을 찾아내듯, 레아는 지신의 존재를 만들어냈고, 반면에 난 머릿속에서 그려 낸 아버지의 시신 앞에서, 차가운 숨결로 위장한 침묵에 잠겨 굳어 버렸다. 129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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