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살아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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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살아도> 매우 괜찮은 15팀의 크리에이터들

미메시스가 기획한 국내 인터뷰집 『이렇게 살아도 괜찮아』(384면, 16,800원)가 출간되었다. 현재를 살아가는 <남다른> 청춘들의 삶을 깊숙이 들여다보고자 만들게 된 이 책은 모두 15팀의 크리에이터들을 만나서 대화하고 기록한 인터뷰를 담았다. 프리랜서 에디터인 저자 박은영은 자신처럼 회사를 다니지 않고 독립적으로 일을 하거나 직접 회사를 차려 새로운 일을 기획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저자는 잡지사 에디터로 살던 시절, 당연하듯 밤을 새고 매달 돌아오는 마감에 허덕이면서 의문을 품게 되었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이 일을 통해 만족감을 얻고 있나? 그래서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구하듯, 저자는 다른 사람들을 만나서 답을 얻기로 한다. 그래서 <삶의 기준이 명확해 남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즐겁게 살아가는 또래들>을 만난다. 레저 선박이라는 새로운 놀이 문화를 개척한 보트 제작자, 100년의 기록을 위해 전통적 방식을 고수하는 생물 과학 일러스트레이터, 고객 만족감이 높은 맞춤 웨딩 디렉터, 개성이 넘치는 현대적 생활 한복을 만드는 한복 디자이너, 지역 주민과 일감을 공유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회적 기업가, 음악을 만들고 만화를 그리는 영화감독, 새로운 노동 형태를 재밌게 보여 주는 오브제 창작자,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해 산수책을 만드는 번역가, 누구에게나 개방된 LGBT 전문 서점을 오픈한 디자이너, 함께 잘 살기 위해 꾸준히 공동의 일감을 만들어 나가는 청년 운동가 등 저자는 15팀의 청춘들에게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물어보고 그들의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덤덤히 담아내었다.

 

<지금>에 집중하는 삶, <자신>에게 솔직한 인생

저자가 15팀의 크리에이터들을 만난 경로는 제각각이다. 잡지 에디터로 일하며 알게 된 사람, 지인의 추천으로 만난 사람, 산책을 하다 우연히 발견한 작업실이 기회가 된 사람 등등 이들을 만나게 된 인연은 다양하다. 분명한 건 이 책에 나온 15팀의 디자이너, 예술가, 기획자 들이 자신만의 독보적 능력을 갖춘, 색깔 있는 <젊은이들>이라는 점이다. 저자 스스로 앞으로 어떻게 살지에 대해 고민을 가지고, 자신과 비슷한 나이에 남들이 보기에는 불안해 보이는 인생을 살고 있는, 어찌 보면 개성 있지만 다소 무모한 청춘들을 만났다. 그리고 평소 하기 힘든 질문을 솔직하게 던진다. 어떻게 먹고사는지, 미래는 불안하지 않은지, 대책은 있는지 등등. 저자는 더 늦기 전에 이들을 만난 게 다행이라고 한다. 그리고 2년여 동안 이들을 지켜보며 얻은 답을 책에서 풀어낸다. <천천히 꾸준히 나아가는 것.> 쉬워 보이지만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건, 행운이지만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이들을 통해 배운다. 맞춤 웨딩 디렉터 하찬연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웨딩 기획을 하고 있지만 디자인 범주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공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좀 더 넓게 바라보고 다양한 분야와 전공을 접목해 보며 나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만들면 좋겠다>고. 청첩장 디자인을 비롯해 무대 연출을 위한 색채 감각과 안목 등이 자신이 전공한 그래픽 디자인과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오브제 창작자 박길종은 순수 미술을 전공했지만 가구와 조형물을 만들고, 조소를 전공한 보트 제작자 최윤성은 카누와 카약을 만든다. 얼핏 보면 다른 일 같지만 아이디어를 얻는 방식이나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은 전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저자는 이들을 통해 <자신의 전공을 어떻게 확장하느냐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의 폭이 넓어진다>고 밝힌다. 저자 역시 공예를 전공했지만 미술과 디자인 관계자들을 인터뷰하고 글로 전하는 일을 하고 있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 일러스트레이터 최지욱은 오래 일할 수 있는 방법이 <감정과 노동을 적당히 나누고, 마음에 상처가 생기지 않게 자신을 지키는> 일이라고 답한다. 이렇듯 15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부터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는 방법,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방법 등 여러 가지 방법들을 배우게 된다. 무엇보다 그 방법이 단순하고 명쾌하다. 그들이 남들과 다른 인생,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인생, 정말로 <이렇게 살아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이유가 모두 담겨 있다. 우리의 삶에서 쓸모없는 것을 잘라내고 우리가 가는 길을 막는 방해물을 처리하고 정말 중요한 일을 최우선으로 두는 법. 또한 죄책감 없이 모든 것을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을 자신에게 허락하고 모든 상황을 헤쳐 나가는 방법도 배울 것이다. 이 책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로 우리가 정말로 원하는 것에 더욱 가까이 갈 수 있도록 돕는다.

 

 

하고 싶은 일이나 좋아하는 일을 스스로 못 찾고 할 수 없는 것이 개인의 잘못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효율적이지 않은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것에 관대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일을 찾는 방법은 무엇이 진짜 나에게 중요하지 않은 지부터 하나씩 덜어 내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마지막으로 남는 무언가가 있을 거예요. 저는 그게 미술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이었어요. ─ 일러스트레이터 최지욱

 

꾸준히 좋은 배를 만들어 선보일 거예요. 개인적으로 어린이들이 배를 만들고 타볼 수 있는 워크숍을 열고 싶어요. 배를 만들 때 많은 노동을 필요로 하는데, 이를 통해 기술직이 값지고 멋있는 직업이라는 것을 알려 주고 싶습니다. ─ 보트 제작자 최윤성

 

자연스럽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어요. 한때 유행을 좇을 때도 있었지만 식물과 가까이 살며 <자연스러움>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흐르는 대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지금 알아 가는 단계예요. ─ 생물 과학 일러스트레이터 이소영

 

아이디어라기보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새로운 생각이 떠올라요. 저는 사람 만나기를 꺼려 하지 않는 편이거든요. 처음부터 단번에 잘 맞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꾸준히 연락하고 만나면서 사람들과의 접점을 찾아서 가다 보면 어느 순간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지는 순간이 있어요. 한번 연결 고리가 생기면 그때부터 무한 확장이 가능해지더라고요. ─ 문화 기획자 김선문

 

저는 이기적인 방법을 택하는 디자이너예요. 이 일이 나를 설레게 하는지, 이 디자인이 정말 나인지를 우선으로 생각해요. ─ 한복 디자이너 오인경

 

원하는 일을 하면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다고 하던데 그것이 행복과는 별개인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것을 하려면 그만큼 하기 싫은 일이 따라오더라고요. 기업은 살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인데 공공공간이 직원이 있는 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잘 버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 사회적 기업가 홍성재

 

오래전부터 우리는 자립할 수 없는 세대라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부모님의 재산을 뜯어먹으며 버틸 수밖에 없는 세대라는 말이죠. 부모님이 부자가 아니면 나 역시 부자가 되기는 불가능한 것이라고. 그래서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싱어송라이터나 영화감독 중 30대 중반을 넘기고도 활동하는 여성이 드물다는 게 조금 걱정이에요. 영화감독으로서 오래 활동하고 싶은데 앞으로 어떻게 살지 방법을 모색해 봐야죠. ─ 음악가, 영화감독, 만화가 이랑

 

사람들이 편의상 저를 목수나 가구 디자이너라고 부르는 것이지 스스로 이 분야의 전문가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가구에 대한 전문 지식이나 기술의 필요성을 느껴 보지 못했어요. 결과물이 가구이긴 하지만 가구라고 생각하며 만들지 않거든요. 기능이 있는 물건 또는 오브제라는 표현이 적당한 것 같아요.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아서 캐드나 스케치업 같은 프로그램을 잘 다루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는 해요. 하지만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산업 디자인이나 가구를 전공한 분과 비교해 디자인 접근법이나 재료 사용, 아이디어 전개가 조금 다르지 않나 생각합니다. ─ 오브제 창작자 박길종

 

꾸준히 공동의 일감을 만들어 나가는 게 목표입니다. 최근에는 회의 중 <재생>이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되는데 삶의 재생, 마을 재생 등의 작은 재생들이 모여 사회 전체를 재생시키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 청년 운동가 신지예

 

지음 박은영

1984년생. 동덕여자대학교에서 공예를 전공했다. 대학원 진학을 고민할 당시 사회생활 좀 해보라는 아버지의 권유에 전공 다음으로 좋아하는 <잡지> 관련 일을 알아보다가 어시스턴트 에디터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다. 『메종』 어시스턴트 에디터를 거쳐 『행복이가득한집』과 『월간 디자인』의 기자로 일했다. 『손재주로도 먹고삽니다』(공저)를 썼고 주로 디자이너, 공예가의 이야기를 전하는 프리랜서 에디터로 일하며 먹고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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