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도 한때

봄꽃도 한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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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정보

작가/옮긴이

노영미, 박문영, 서윤아, 심흥아, 이지나

출간일

2014년 4월 5일

사이즈/페이지

170*238 / 240면 / 연장정 / 흑백

ISBN

979-11-5535-016-4 07810

분야/언어권

국내,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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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고뇌와 사랑을 현재에 대입할 수 있을까?

윤동주, 김동인, 김영랑, 박태원, 손창섭의 청춘들이 재탄생하다

1930~1950년대 해방 전후 시대 문학 속 인물들은 새로운 삶에 대한 전망을 결여한 채 어둡고 침통한 현실의 밑바닥에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이야기가 지금까지도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은, 그런 현실 속에서도 배어나는 푸른 봄날(靑春)의 기운과도 같은 파릇한 생기와 인간애의 모습을 포착했기 때문이 아닐까.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인간의 모습은 별반 다르지 않다. 젊음이라는 응축된 그들만의 에너지 때문일까, 해방 전후 시대에서나 현재의 수많은 정보 시대 속에서나 젊은이들은 쉽게 좌절하고 상처받는다. 그런 모습들은 안타깝지만 어쩐지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인간의 모습인 것 같다.

그렇게 인간의 청춘의 면면들은 여전히 다른 모습으로 시대와 세대를 초월해 반복된다는 것을 나타내 보자는 것이 이 작품집의 최초의 아이디어이다. 손창섭의 「비오는 날」,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동인의 「배따라기」, 박태원의 「피로」 그리고 윤동주의 「병원」, 현대 문학의 기점이 되었던 이 작품들의 심상을 다섯 명의 만화가들이 현재의 시점에 맞춰 단편 만화로 엮었다. 그 시대의 문학 작품에서 느끼는 바야 모두가 다르겠지만, 이 작품집은 봄꽃이 한순간에 확 폈다가 기척 없이 사라지는 것과 같은 찰나의 청춘에 집중했다. 해방 전후 시대의 문학과 만화의 결합은 만화라는 매체의 확장 가능성을 확인한 매우 새로운 시도이다.

 

■ 기획 의도

중·고등학교 시절 처음 접했던 윤동주, 김동인, 손창섭, 박태원 등 작가의 작품은 생애 첫 문학이었다(물론 그 전에도 신데렐라와 개구리 왕자 그리고 이순신과 퀴리부인 위인전을 거쳤지만). 어지러운 시절에 쓰인 처절한 작품이라는 것을 잊은 채, 학창 시절의 문학소녀에게는 사랑과 상실 그리고 피로와 기다림 등의 정서가 참 낭만적으로 들렸다. 간접적이었지만, 아마 그 감정들 역시 내게는 처음이었을 것이다. 어느덧 나도 그 작품들이 쓰였던 작가들의 나이와 비슷해졌다. 봄꽃도 한때라.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책들이 왜 그들의 청춘에 쓰였을까 생각해 본다. 어쩌면 세상의 비극에게 자신들의 청춘을 제물로 썼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더 이상 그 시절의 책들이 낭만이나 아름다운 허무로 읽히지 않는다. 시대는 변했지만 세상은 여전히 다른 이유들로 어지럽고, 내 청춘의 모습도 수십 년 전에 쓰인 그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그 시절의 애통함을 모르고 이것을 요즘 시대에 맞게 번안을 했다거나, 재해석했다고 감히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것은 그 시절 한때, 흐드러지게 폈던 봄꽃들에게 바치는 우리들의 러브레터쯤 되겠다.

기획자 노영미

  

 

■ 작가의 말

 ▶「비 오는 날」, 심흥아 

이렇게 비 내리는 날이면 원구의 마음은 감당할 수 없도록 무거워지는 것이었다. (…) 비록 맑은 날일지라도 동욱의 오뉘의 생활을 생각하면, 원구의 귀에는 빗소리가 설레고 그 마음 구석에는 빗물이 스며 흐르는 것 같았다. 원구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동욱과 동옥은 그 모양으로 언제나 비에 젖어 있는 인생들이었다. 「비 오는 날」, 손창섭, 1953 

 

원작 「비 오는 날」 은 인간의 연민을 그린 소설이다. 한데 작가의 일생 또한 소설 속 인물들과 다를 바 없이 축축하고 우울한 비와 같은 인생이었다. 나는 원작자의 이미지를 만화 속으로 넣었고, 만화 「비 오는 날」 을 통해 사람 사이의 연민과 그들의 온전하지 못한 삶을 그리고자 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서윤아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1934

 

 원작이 속한 시대적 상황이나 의도보다는 남과 여의 엇갈린 상황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구성하였다. 삶이 꿈이고 꿈이 삶이 되는 불분명한 경계가 내가 보여 주고 싶은 아이러니한 상황들이다.

 

 ▶「세 사람이 있는 실내」, 박문영 

그저 다 운명이외다. 「배따라기」, 김동인, 1921 

얼핏 강렬한 서사극으로 보이는 원작 「배따라기」는, 사실 허약한 세계에 대한 은유라는 판단이 들었다. 「세 사람이 있는 실내」 역시 누추하고 허름하고 희미한 세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 「피로: 어느 하루의 기록」, 이지나 

나는 창으로 향하고 있는 나의 고개를 돌려 그 어린이가 창밖에서 엿볼 수 있는 온갖 것을 나 자신 바라보았다. 「피로: 어느 반일의 기록」, 박태원, 1933 

 

원작 「피로」는 소설가 자신이 한 자도 적지 못한 원고를 두고 한나절 동안 돌아다니면서 마주친 피로의 단상들을 그려낸 작품이다. 미완의 원고에서 시작한 피로는 곧 일상에서 마주치는 장면에 그대로 투영된다. 만화 「피로」는 만화가를 꿈꾸는 어느 평범한 회사원의 하루를 그렸다. 밤마다 펼치는 빈 노트를 다음 날 회사로 가져가게 되지만 집으로 돌아온 그날 밤에도 노트는 여전히 비어 있다. 일과 꿈 사이에서 정체성을 찾지 못하는 어느 회사원의 피로는 일상에서 삶의 고단한 모습과 마주한다.

 

 ▶「젊은이의 병」, 노영미 

나도 모를 아픔으로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애서는 안 된다. 「병원」, 윤동주, 1940

 

 사랑, 절망, 기대, 질투, 희망 그리고 낮과 밤마저도 똑같은 무게로 느껴지는 나날들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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