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그해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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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정보

출간일

2012년 9월 20일

사이즈/페이지

352 면

분야/언어권

문학, 이탈리아 그래픽 노블

ISBN

978-89-90641-86-1 07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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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시장 세대교체, 그 중심의 이탈리아
시골 마을까지 들어선 수많은 공장들은 많은 일자리와 풍요로운 미래를 약속했지만…

나라는 점점 부유해지고, 모든 산업시설이 활발하게 움직이며, 이곳저곳에 많은 공장이 들어섰다. 그때 작은 마을의 주민들에게 약속되었던 이익들은 정말로 국가가 보장한 약속한 풍요로운 미래였을까?

이탈리아 작가 다비데 레비아티의 그래픽노블 『그해 여름』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급성장을 한 이탈리아, 그 이후의 이야기이다.

1950년대 당 시 세계 석유산업을 장악하고 있었던 미국, 영국 그리고 네덜란드 등의 메이저 석유회사의 주도권을 종식시키고자 이탈리아 정부는 국영석유기업을 세웠다. <엔리코 마테이>라는 이탈리아의 실업가는 그 국영기업을 받아 확대, 개편하여 새롭게 국영석유기업 에니(ENI)를 세웠다. 시추 국가에게 비교적 공정한 조건을 내세워 이집트, 이란, 모로코 등의 허가를 얻어 그 사업은 점차 확대되었다. 에니는 이탈리아 경제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3개 국영기업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주인공 코페르의 마을에도 엔리코 마테이가 세운 공장 아니크(ANIC 국립 연료 수소화 공장)가 있었다. 마을을 살만한 곳으로 만든 엔리코 마테이를 모두 좋아했다. 위대한 그 인물은 세상을 창조했으며, 그가 창조한 세상은 바로 우리들의 것이라며 마을 사람들은 그를 찬양했다.

 

 

그해 여름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비극의 나레이션으로 드러나는 그해 여름의 진상

이런 배경을 두고, 『그해 여름』은 주인공 코페르가 어릴 때의 일을 고백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공장이 들어선 마을은, 이름도 없이 그저 공장의 이름을 따 아니크 마을이라고 불린다. 작 은 마을엔 다른 대도시 못지않게 모든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골프장이며, 테니스코트, 농구장, 야구장, 축구장, 그리고 울창한 숲. 하지만 마을의 아이들에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당시 가장 유행했던 스포츠인 축구에 삼매경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마을 곳곳에 절대로 들어가면 안 되는 금지구역이 있었으니, 신나게 축구를 하다가도 그곳으로 축구공이 넘어가면 아이들은 난감했다. 어른들 몰래 들어가 축구공을 가져오거나, 아니면 승부를 가리지 못한 경기가 못내 아쉬워도 경기를 마치기 일쑤였다.

어 두컴컴해지면 수군거리는 어른들, 자주 출현하는 경찰차, 어두운 표정의 부모님으로 미루어 봐서 이 마을에 뭔가 안 좋은 일들이 벌어지는 것 같지만, 그게 뭔지는 알 수 없다. 저녁만 되면 참을 수 없는 악취가 마을을 뒤덮지만, 그것도 곧 익숙해졌다. 이따금 사이렌이 울리며 대피하라는 경고음은 공포감을 불러일으켰지만 아이들에게는 순간적일 뿐이다. 축구로 잊어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마을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너무 어렸기 때문에…. 그렇게 아이들은 암울하고 위험한 마을에서 교육받고, 뛰어놀며, 사춘기를 맞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을의 피폐함은 더해만 가고 그것은 대물림처럼, 자연의 자연스런 흐름처럼 아이들에게도 그 책임을 물으러 찾아온다.

유 난히도 더웠지만 평소와 크게 다를 바 없었던 그해 여름, 문득 코페르는 무고한 희생자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스스럼없는 장난에 고통당하는 존재들, 따돌림으로 인해 괴로운 친구들, 자기 과시를 위한 폭력 등에 희생당하는 대상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정당화할 수 없는 행동들임에 틀림없다고 말이다. 하지만 어른들은 그것이 인생이라고, 이겨내야 한다고 말한다. 공장의 폭력에 침묵하고, 타인의 고통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방관하는 어른들의 그 말이 코페르는 우습게 느껴진다. 마을 사람들의 삶 속에 깊이 존재하는 나약함과 그리고 동시에 공존하는 파렴치함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을 때, 자신도 방어할 새 없이 희생자가 되었음을 깨닫는다.

 

 

다비데 레비아티의 풍부한 드로잉과 감각적 감성으로 다져진
충만한 연출 감각

원제 를 직역하면 <잠에 취하여>라는 뜻이다. 인간의 기억이 그렇듯, 『그해 여름』 속 장면들은 매우 단편적이다. 이야기 앞뒤의 연결이 현실인 듯 비현실인 듯 이어지는 것이 마치 잠이 들기 전 어렴풋이 느껴지는 꿈과 현실의 경계에 있는 것 같다. 코페르의 시선으로 드러나는 일련의 사건들의 표현 방식은 화자가가 점차 십대, 이십대, 삼십대로 나이를 먹을수록 그 흐름과 성숙도가 바뀌어 간다. 그렇게 시선이 바뀌는 과정에서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장면들이 이어지고, 중요한 장면은 무심히 넘어가고, 한꺼번에 많은 사건들이 쏟아지는 등 순탄하지 않은 이야기 전개에 처음에는 당황할 수도 있다. 그래픽노블이 아닌 이미지 가득한 한 편의 시를 읽는 것처럼 압축적이고 상징적이며, 그 흐름이 매우 주관적이다. 하지만 결국 자잘하게 잘렸던 기억의 조각들이 뒤로 가면서 이어지고 맞물려져, 결국 비극의 시가 완성된다. 그렇게 완성된 이야기 속에서 각각의 기억 조각들은 순수했던 시절과 불편한 진실 사이에 불쑥불쑥 등장하며 독자의 머릿속을 헤칠 것이다. 이런 다비데 레비아티가 선택한 구성은 인간이 스스로의 기억을 더듬어가는 방식과 유사하며, 그것은 우리 기억의 존재 방식의 메타포처럼 보인다.

다비데 레비아티의 드로잉은 역동적인 선의 에너지와 빛과 어둠의 완벽한 이해를 통해 빚어지는 거친 한 편의 흑백영화 같다. 이야기 속 애처로움과 비극이 빛과 어둠의 선명한 대조 효과로 뚜렷한 잔상을 남긴다.

어 린 아이로서 마지막이지만, 어른으로서의 첫 시기인 <그해 여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해 여름>은 존재할 것이다. 기억 저편 잊혔던, 불편하여 빨리 감추고 싶었던 그런 기억들을 깨닫는 어느 순간. 어렸기 때문에 잘 몰랐다고 못 박을 수 없는 그것들이 실은 현재의 나를 이루고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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